코스피가 코인보다 더 무섭다 — 9,385에서 6,888까지, 무슨 일인가
코인 시장이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요즘 코스피를 보면 그 말이 무색하다. 52주 최고점 9,385에서 오늘 6,888까지 빠졌다. 고점 대비 27% 하락이다. 7월 2일엔 -7.89%, 7월 7일엔 장중 -8%를 넘으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올해만 벌써 6번째 서킷브레이커다. 비트코인도 이 정도면 난리가 나는데, 코스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올랐나 — 9,385의 배경
먼저 왜 이렇게 올랐는지를 알아야 왜 이렇게 빠지는지가 이해된다.
올해 초부터 코스피는 AI 슈퍼사이클 수혜를 받으며 폭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서 개인 자금까지 몰렸다. 레버리지 ETF 순자산이 9조에서 40조로 4배 이상 폭증했다. 오를 때는 더 빠르게 올랐다. 그게 9,385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왜 이렇게 빠지는가 — 네 가지 원인
첫째, 레버리지 ETF의 역습이다. 오를 때 상승폭을 키워주는 레버리지는 빠질 때 하락폭도 2배로 키운다. 개인들이 레버리지 ETF에 40조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조금만 빠져도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구조가 됐다. 금감원장조차 레버리지 ETF를 막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둘째, 반도체 56% 쏠림이다. 코스피 시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56%다. 반도체 두 종목이 흔들리면 코스피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7월 2일엔 메타가 “AI 컴퓨팅 자원이 남아돈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사이클 종료 우려가 퍼졌고 코스피가 -7.89% 폭락했다. 7월 7일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중 -8%를 넘으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좋은 실적에도 빠지는 시장이다.
셋째, 외국인 순매도다. 외국인이 수십조 원 규모의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기술주 익스포저를 줄이는 흐름이다. 외국인이 팔고 나가면서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도 같이 올랐다.
넷째, 차익 실현 매물이다. 9,385까지 너무 빠르게 올라온 코스피에 대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팔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는 모두가 샀고, 내려올 때는 모두가 판다.
코스피가 코인보다 무서운 이유
코인은 변동성이 크다는 걸 모두가 알고 들어간다. 근데 코스피는 다르다. “우량주”, “안전한 투자”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는 하루에 -7~8%가 나오고 서킷브레이커가 올해만 6번 터진다. 레버리지까지 들어간 개인 투자자들한테는 코인보다 더 잔인한 시장이 됐다.
코스닥은 더 심하다. 6월 한 달 동안 코스닥은 14% 하락했다. 코스피보다 더 작은 종목들이 레버리지와 쏠림 속에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금은 관망이다. 코스피를 직접 들고 있지 않다. 한국 주식 대신 QQQ 같은 미국 ETF를 선택한 게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지금 코스피가 바닥인지 모르겠다. 6,888이 저점일 수도 있고, 더 빠질 수도 있다. 반도체 실적이 사상 최대인데도 이렇게 빠진다는 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ETF 청산이 마무리되고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는 시점이 돼야 반등을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코스피는 우량주 시장이 아니었다 — 레버리지가 만든 카지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