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에서 “리또속”이라는 말이 있다. “리플 또 속았다”의 줄임말인데, 리플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근데 신기한 건 이 말이 생긴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에서 리플 인기는 여전하다는 거다. 사실 나도 리또속 당한 사람 중 하나다. 오늘은 내 경험을 포함해서 리플의 역사부터 한국인의 리플 사랑까지 솔직하게 정리해봤다.

리플(XRP)이란?
리플은 2012년에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정확히는 리플랩스(Ripple Labs)라는 회사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네트워크고, XRP는 그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코인이다.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된 디지털 금”을 목표로 한다면, 리플은 처음부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국제 송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겠다”는 실용적인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속도는 실제로 빠르다. 비트코인이 거래 확인에 10분 이상 걸리는 반면, XRP는 3~5초면 된다. 수수료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론적으로는 은행들이 국제 송금할 때 SWIFT 대신 리플 네트워크를 쓰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리플의 굴곡진 역사
2017년 — 첫 번째 전성기
2017년 불장 때 리플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연초에 0.006달러였던 XRP가 연말에 3.84달러까지 치솟았다. 640배 상승이다. 이때 리플로 인생 역전한 사람들이 꽤 나왔고, 한국에서도 리플 열풍이 불었다. 업비트, 빗썸에서 거래량이 폭발했고, 커뮤니티마다 리플 얘기로 가득했다.
2018년 — 폭락과 실망
하지만 2018년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붕괴하면서 리플도 함께 무너졌다. 3달러대에서 0.25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점에 들어간 사람들은 90% 이상 손실을 봤다. “리또속”이라는 말이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퍼졌다.
2020년 12월 — SEC 소송 폭탄
리플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핵심 논란은 “XRP가 증권이냐 아니냐”였다. 만약 XRP가 증권으로 판정되면 리플랩스는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고, XRP는 미국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수 있었다. 이 소식에 XRP 가격이 하루 만에 60% 넘게 폭락했다.
2023년 — 부분 승소
3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2023년 7월, 리플이 부분적으로 승소했다. 판사는 “XRP 자체는 증권이 아니지만,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한 XRP는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사실상 희소식이었다.
2024~2025년 — 회복과 재도약, 그리고 또 하락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이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SEC가 리플과의 소송을 사실상 철회했다. 2025년에 XRP는 크게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리플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근데 결국 또 빠졌다. 리또속이 반복된 셈이다.
나도 리또속 당했다
사실 나도 리플을 산 적이 있다. 2022년이었다. 당시 유튜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리플을 외쳤다. “소송 끝나면 폭발한다”, “은행들이 다 쓴다”, “XRP는 저평가됐다”는 말들이 넘쳐났다.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1000만원 정도 넣었다.
모멘텀을 기대했다. SEC 소송이 마무리되면 가격이 오를 거라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들렸다. 실제로 2023년에 부분 승소하면서 가격이 잠깐 튀었다. “역시 내가 맞았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떨어졌다. 결국 30% 손실을 보고 손절했다.
지금 돌아보면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유튜버들의 분위기에 휩쓸렸고,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를 가졌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손절했다. 2025년에 리플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손절하고 올랐으니 더 뼈아팠다. 그게 또 리또속의 패턴이기도 하다. 버티면 오르고, 팔면 또 오르고, 다시 사면 빠지고.
한국인은 왜 유독 리플을 좋아할까?
내 경험을 통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한국 사람들이 리플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심리다. 비트코인이 1억원이 넘으면 “이미 늦었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리플은 1~2달러대라 “나도 많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인 개수가 많아 보이면 뭔가 더 가진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
둘째, 한방의 꿈이다. 2017년 640배 상승 신화가 계속 회자된다. “1달러에서 10달러만 가도 10배”라는 계산이 쉽게 되고, “아직 덜 오른 코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셋째, 유튜버와 커뮤니티의 영향이다. 나도 당했지만, 한국 코인 유튜버들이 리플을 많이 다룬다. 소송 이슈, 은행 파트너십, XRP ETF 등 계속해서 새로운 호재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이게 반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넷째, 소송 이슈가 오히려 기회처럼 보였다.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억울한 규제 때문에 눌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도 그랬다. 소송이 해결되면 가격이 회복될 거라는 기대가 저점 매수를 유도했다.
그래서 리플, 사야 하나?
내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면, 리플은 스토리가 좋은 코인이다. 근데 스토리가 좋다고 꼭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니다. 리플랩스가 너무 많은 XR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탈중앙화라는 코인의 본질과 어긋난다.
불장이 오면 리플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있다. 2025년에 실제로 그랬다. XRP ETF 승인이 현실화되면 또 한 번 큰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나는 지금 비트코인과 솔라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리또속을 한 번 경험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리플에 관심이 있다면 소액으로, 잃어도 괜찮은 금액으로만 접근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유튜버 말만 듣고 들어가지 말 것. 나처럼 후회할 수 있다.
정리
- 리플은 2012년 설립, 국제 결제 특화 블록체인
- 2017년 640배 상승 → 2018년 폭락 → 2020년 SEC 소송 → 2023년 부분 승소 → 2025년 급등 후 재하락
- 한국인이 리플을 좋아하는 이유: 저렴한 가격 심리 + 한방의 꿈 + 유튜버 영향 + 소송 해결 기대
- 나도 2022년에 1000만원 넣었다가 30% 손실 후 손절 — 전형적인 리또속 패턴
- 리플이 나쁜 코인은 아니지만, 스토리에 휩쓸리지 말 것
리또속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근데 그 말이 있으면서도 계속 사람들이 리플을 사는 것도 사실이다. 코인 투자는 결국 본인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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