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러 패권 얘기가 많이 나온다. 미국이 GENIUS Act(스테이블코인 기본법)를 통과시키면서 디지털 달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단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다.
나는 예전에 미국 거래소로 코인을 옮길 때 테더(USDT)를 써봤다. 그때는 그냥 “달러랑 같은 코인”이라는 정도만 알고 썼는데, 요즘 들어 이게 왜 중요한지가 점점 더 크게 보인다. 오늘은 스테이블코인이 뭔지 처음부터 정리해보려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뭔가
비트코인은 가격이 하루에 10% 씩 움직인다. 결제 수단으로 쓰기가 어렵다. 오늘 1BTC로 커피를 샀는데, 내일 그 1BTC가 두 배가 됐다면 아깝고, 반으로 떨어지면 커피값을 두 배 낸 셈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격이 항상 1US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이걸 전문 용어로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특정 자산의 가치에 묶어두는 것이다. 홍콩 달러가 수십 년간 미국 달러에 고정 환율을 유지해온 것도 같은 개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페깅을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한 거라고 보면 된다.
달러의 안정성에 블록체인의 이동성을 더한 것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달러를 보내고 받을 수 있고, 24시간 365일 국경 없이 움직인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장 규모는 약 3,196억 US달러이다. 연간 거래량은 이미 Visa와 Mastercard의 합산을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1을 유지하나
방법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법정화폐 담보 방식 (USDT, USDC)
가장 단순하다. 발행사가 실제 달러나 미국 국채를 금고에 쌓아두고, 그만큼의 토큰을 발행한다. 1달러를 맡기면 1USDT를 준다. 돌려달라고 하면 1달러를 준다. 은행과 비슷한 구조다.
둘째, 암호화폐 담보 방식 (DAI)
달러 대신 ETH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받는다. 담보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1.5~2.0어치를 맡겨야 $1짜리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청산을 관리한다.
셋째, 알고리즘 방식
담보 없이 코드로만 $1을 유지하려는 방식이다. 2022년 루나-테라 사태로 $180억이 사흘 만에 증발했다. 지금은 사실상 신뢰를 잃은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건 첫 번째 방식이다.
USDT vs USDC — 뭐가 다른가
둘 다 $1에 고정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다. 근데 성격이 꽤 다르다.
**USDT (테더)**는 시장 점유율 1위다. 발행량 1,896억 US달러.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상당 부분이 USDT로 결제된다. 특히 신흥국 해외 송금과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내가 미국 거래소로 코인을 옮길 때 썼던 것도 USDT다. 빠르고 수수료가 싸다.
근데 투명성 논란이 오래됐다. 준비금을 진짜 다 갖고 있냐는 의심이 수년째 이어졌다. 지금은 분기별 감사를 받고 있고, 2026년 1분기 기준 총 자산 1,917억 US달러 대 부채 1,835억 US달러으로 흑자 구조라고 밝혔다. 그래도 완전히 불신이 사라진 건 아니다.
**USDC (서클)**는 규제 친화적인 대안이다. 발행량 776억 US달러. 미국 SEC 등록 머니마켓펀드에 준비금을 넣어두고, 딜로이트가 감사한다. 기관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2026년 3월 기준 USDC의 조정 거래량이 USDT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GENIUS Act 같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투명성 높은 USDC 쪽으로 기관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왜 지금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가
달러 패권 얘기로 돌아가자.
미국이 GENIUS Act를 통과시킨 건 우연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의 98%가 달러 연동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USDT, USDC를 쓴다는 건 달러를 쓴다는 뜻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미국에 살지 않아도. 디지털 형태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 최대 2조 US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3천억에서 6배 넘게 커진다는 얘기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밀고, 유럽이 디지털 유로를 준비하는 동안, 미국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테더와 서클이 미국 국채를 2천억 US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미국의 가장 큰 국채 보유자 중 하나다.
스테이블코인은 그냥 코인 거래소에서 쓰는 결제 수단이 아니다. 달러 패권의 디지털 확장판이다.
그럼 CBDC는 왜 안 되나
스테이블코인 얘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냥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다.
CBDC는 민간 기업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돈이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운영 중이고, 유럽도 디지털 유로를 준비하고 있다.
근데 미국은 CBDC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길을 택했다. 왜일까.
핵심은 프라이버시다. CBDC는 정부가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누가 누구한테 얼마를 왜 썼는지 중앙에서 다 보인다. 심지어 “이 돈은 이것에만 써야 한다”는 식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정부의 감시와 통제다. CBDC는 그걸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는 CBDC 없이도 달러 패권을 디지털로 확장할 수 있는 더 영리한 방법이다.
흥미로운 건 중국이 CBDC를 선택한 이유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 방향만 반대로. 디지털 위안화는 정부가 자금 흐름을 완벽하게 추적하고 통제할 수 있다. 두 나라의 선택이 각자의 체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정리
스테이블코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한테 한 줄로 설명하면 이렇다.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는 달러.” 빠르고, 국경이 없고, 24시간 돌아간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싫지만 암호화폐의 이동성은 원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이 그 접점이다.
근데 달러를 쓴다는 건 결국 미국의 금융 인프라에 올라타는 것이기도 하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다.
오늘의 한 줄 정리 스테이블코인은 코인이 아니다. 디지털 달러다.